"라이터만 켜면 PC모니터가 꺼져요"...진짜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샀을 때만 자동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거나 ‘비가 오면 와이파이가 더 잘 터진다’는 식의 이상한 현상들이 인터넷에서 종종 화제가 된다.
이번에는 전자식 라이터와 PC 모니터 사이의 기묘한 상호작용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6일 기가진 보도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라이터를 켜면 모니터가 꺼진다”는 사용자의 실험 영상이 올라와 관심을 모았다. 해당 현상을 최초로 보고한 사람은 ‘Michae86l’ 사용자다.

영상을 보면 그의 책상 위에는 나란히 두 대의 PC 모니터가 놓여 있는데, 그 중 오른쪽 모니터가 전자식 라이터의 점화 순간마다 꺼지는 장면이 보인다. 라이터를 켤 때마다 모니터 화면이 몇 초간 소등되며, 이후 자동으로 다시 켜지는 현상이 반복된다. 화면의 내용은 유지된 채, 마치 순간적으로 전원이 차단되는 듯한 모습이다.
이 영상은 약 1만9천건 이상의 추천(업보트)을 받았으며, 1천300건이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많은 댓글이 이 ‘기이한 현상’의 원인 분석에 관한 글이다.
그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분석은 “전자식 라이터는 점화 시 강한 전자파를 발생시키는데, 이 전자파가 모니터 케이블을 따라 전달되는 신호를 교란시키는 것 같다. 고품질 케이블로 교체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댓글이다.
실제로 전자식 라이터는 ‘압전 소자’(물리적인 압력이나 힘을 가하면 전기를 발생시키는 소재나 부품)를 내장하고 있다. 이는 레버를 누르면 압전 효과에 의해 전기가 발생하고, 이 전기로 가스를 점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때 생성되는 전자파가 라이터 외부로도 방사된다는 점이다.
이 전자파가 주변 장비(특히 신호가 섬세하게 전달되는 디지털 모니터)에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영상 속에서 문제가 된 모니터도 이 같은 전자파 간섭으로 일시적인 암전 현상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전자파 차단 기능이 내장된 고급 케이블로 교체하면 이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전자식 라이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의외로 강력하다. 이른바 ‘코히러(Coherer) 효과’로 알려진 이 현상은 초기 무선통신 기술에도 활용될 정도로 높은 전자기 에너지를 갖는다. 코히러 효과는 금속의 산화막을 파괴할 만큼 강한 전파로, 특정 조건에서는 예기치 않은 전자기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3년에는 “IKEA의 특정 의자에 앉으면 PC 모니터가 꺼진다”는 사연이 온라인에서 퍼지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제의 원인은 ‘정전기 방전’으로 분석됐고, 의자에 접지 처리를 하자 증상이 사라졌다는 후기도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전자기 간섭은 우리 일상 곳곳에 숨어 있다. 라이터 하나로 모니터가 꺼지는 ‘황당한’ 현상이 사실은 전자기기 사이의 미묘한 물리 법칙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