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AI’ 지휘할 조직, 통합조정 실행력 갖춰야

News

‘국가 AI’ 지휘할 조직, 통합조정 실행력 갖춰야

[지디넷코리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들어서는 새 정부는 정치 혼란 속에서도 산업과 기술의 방향성을 다시 세울 중대한 책임을 떠안게 됐다. 동시에 전 세계는 기술의 또 다른 거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AI가 특정 산업의 기술을 넘어, 모든 산업에 스며드는 ‘기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자동차에서 헬스케어, 게임, 미디어, 금융에 이르기까지 AI는 이미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격변의 시점에서 AI 기반 산업 대전환기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산업 현장을 진단하고, 각 산업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AI시대,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분산된 정책 기능 통합, 부총리급 승격, 콘트롤타워 부재...

선거철마다 들려오는 거버넌스 논의의 ‘단골’ 키워드다. 6월3일 실시될 제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예외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인공지능(AI)이란 키워드가 정부 거버넌스 논의에 깊숙이 들어온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정부 조직개편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새 정부는 변화한 환경과 정신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덴 이견이 없다. 개헌 필요성까지 거론될 정도다. 그런 만큼 21대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정부 조직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많다.

갑작스럽게 실시되는 조기 대선이다보니 각 후보의 정책 방향과 정부 조직 청사진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AI 담당 부처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AI 우선 정책 기조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AI 3강 도약'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후보는 정부 조직개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으로 부활시키겠다는 개편안을 제시한 적 있다. 이런 큰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과학기술부총리 ▲대통령실 AI정책보좌관 신설 ▲국가AI위원회 기능 강화를 공약에 담았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를 통합해 AI를 포함하는 교육과학부 개편안을 선보였다.

대선 대진표가 마련되기에 앞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초 출입기자단 간담회서 “AI와 같은 국가 아젠다를 이끄는 부처는 다음 정부에서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직 장관과 차기 대선 후보는 물론 학계에서도 AI 담당 부처 이야기가 쏟아진다. AI가 몰고 오는 사회경제적 변화와 파급력을 두고 국가적으로 담당 조직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 이해관계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진_이미지투데이

현재 AI 주무부처는 과기정통부다. 2016년 알파고 쇼크 이후 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과기정통부 내에 인공지능정책관 조직이 설치되면서 AI 정책 기능이 마련됐다. 최근에는 국가AI위원회가 신설됐고,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할 AI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현행 AI 정책 거버넌스는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행정법학회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국회입법조사처의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한국의 정부 조직과 업무 배분은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분업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부처 간 협업을 위한 수평적 조정과 연계의 제도화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다부처 소관 사안은 대통령 또는 총리 소속 위원회를 설치하고 다루게 되는데 위원회 자체의 정책 조정 기능이 없어 관계 부처의 반대가 없는 안건만 의결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AI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이런 한계는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모든 부처가 AI 정책을 내세울 경우 중복되거나 방향이 엇갈리는 등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령을 법적 근거로 하는 국가AI위원회는 대통령 자문위원회로 정책 수립과 추진, 조정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탄핵 정국 가운데서도 AI 기술개발을 맡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조 단위 추경 예산을 확보해 GPU 구매에 나선 점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세부 갈래를 살펴보면 조직개편 논의와 부처 이기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넘어서기 위해 학계에서는 부총리급 AI혁신부 등을 제시하고 나섰다. AI를 이끄는 부처가 단일 영역의 정책 기능을 갖는 게 아니라 정부 전반의 혁신을 촉진하는 CINO(Chief Innovation Office)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AI혁신부를 제안한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정부조직을 어떻게 바꿀것인가와 동시에 어떤 일을 해 나갈 것인지 중요하다”며 “조직개편의 핵심 동력인 정권교체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시대정신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부는 단순한 시스템 관리자가 아니라, 다른 부처를 혁신적으로 압박하는 메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보통신부 시절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견인하면서 혁신을 강제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를 수단으로 삼고 목적은 정부 혁신에 둬야 한다는 논리와 함께 산업 발전을 위해 AI가 컴퓨팅 구성 요소인 미들웨어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도 눈길을 끈다. 디지털 정책을 이끄는 부처가 AI를 도구로 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기존 디지털 정책은 통신이 아닌 AI 프레임에서 과감한 규제 완화와 시장 수요 맞춤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존 정책의 중심인 네트워크라는 인프라를 아래(운영체계 단)에 두고 AI라는 미들웨어를 둔 뒤 그 위에 최종적으로 산업별 AI 전환(애플리케이션 단)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_이미지투데이

AI 부처 기능과 함께 위상에 대한 이야기에서 ‘부총리급’이란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결국 현행 장관급 체계에서 부처 간 갈등이나 통합을 이끌기 어렵다는 점을 모두가 전제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퇴직 공무원은 “다른 부처에 대한 개편안을 점칠 수 없으나 과기정통부가 부총리급이 되더라도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에 이은 세 번째 AI부총리가 된다면 국무위원의 순번이 바뀌는 게 아니다”며 “부총리 조직이 갖는 개념은 정책 기능 확대보다 조직 위상의 격상을 통한 정책의 최우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 AI를 놓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부총리 논의와 함께 맞물리는 것이 대통령 비서실의 AI 수석비서관 신설 논의다. 가장 강력한 정책 조정 기능을 가진 대통령의 의지를 보좌할 수 있는 위치가 생겨야 AI 주무부처도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정준화 입법조사관은 “정부조직 대안으로 현재의 수석, 비서관 중심의 대통령실에 정책지원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정책결정 전문성과 부처 간 정책 조정의 효과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대표 석학들이 모인 한국공학한림원은 최근 이슈 보고서를 내고 대통령실 내 가칭 혁신수석을 설치하고 생성형AI 확산과 기술패권 경쟁 심화, 인구구조 변화 등 복합적 위기 상황 속에서 산업기술혁신 역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디어 3학회가 토론 끝에 합의안을 마련한 내용에도 같은 흐름이 읽힌다. AI가 아닌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개편 방안을 내세우면서 대통령실에 방송통신, 미디어콘텐츠 정책과 관련 국가 전략에 대한 콘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대통령실에 관련 수석실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정부 조직은 그대로인데 대통령 곁에서 미래전략수석과 같은 전담 콘트롤타워 부재가 그동안은 디지털과 미디어, 앞으로는 AI 정책의 추진동력 상실이 우려된다는 점에 맞닿아 있는 셈이다.

사진_미디어투데이

디지털 분야에서 AI만큼이나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도 중요한 논의 대상이다. AI가 앞으로 세상을 바꾸는 속도가 빠를 것이란 전망에 이견이 없는 것처럼, 미디어 환경은 벌써 큰 변화에 떠밀려 가고 있다는데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런 가운데 옛 규제 체계와 거버넌스에 발목을 잡혀 산업의 발전은 막혔고 미디어 본연의 공공성과 공익성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거세다.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은 가칭 정보미디어부와 부처 산하 공영미디어위원회 신설을 제시했다. 미디어 ICT 통합 독임제 부처로 개편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정책 논의 기구는 분리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는 과거 미디어 거버넌스 논의 과정에서도 나왔던 것과 유사한 내용이다.

이 같은 합의안에 대해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3학회는 국내 미디어의 공적가치 제고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새로운 정부 구성 시점이 최적의 시점으로 판단했다”면서 “파편화된 미디어 정책 거버넌스 통합 개편, 공영방송 제도 개편, 낡은 미디어 규제체계 개편 등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치적 후견주의가 남긴 미디어 정책 결정 기능을 재검토하고, 공영방송의 정치 도구화를 막자는 것인데 무엇보다 상황의 시급성을 고려해 3학회의 학자들이 모여 합의안을 만들어낸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ICT와 미디어 정책 부처의 통합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를 포함한 ICT 정책은 국가 사회 전반에 필요한 기반 기술인데 방송미디어 영역과 묶이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AI와 SW 등 ICT는 타 산업과 프랜스포메이션의 핵심이 되는 고유 업무가 있는데 미디어 파트와 묶이면 미래전략 핵심기술 자체의 도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정치적 쟁론이 많은 방송미디어 현안에 치우쳐 ICT 분야가 뒷전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0 Comments
제목
Category
접속자 통계
  • 현재 접속자 74 명
  • 오늘 방문자 598 명
  • 어제 방문자 1,163 명
  • 전체 방문자 291,475 명
  • 전체 게시물 6,594 개
  • 전체 댓글수 674 개
  • 전체 회원수 57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KakaoTalk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