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지금] '갤럭시폰'에 쏙 들어간 '제미나이'…알고보니 구글-삼성 대규모 거래 때문


구글이 '갤럭시폰' 등 삼성전자 기기에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하는 대가로 연간 막대한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원이 반독점으로 판단해 이를 제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구글의 시장 내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피터 피츠제럴드 구글 플랫폼 및 디바이스 파트너십 부문 부사장은 최근 워싱턴DC 연방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해 구글이 지난 해 1월부터 삼성전자에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 계약은 삼성전자 기기에 '제미나이' AI를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최소 2년 동안 지속되며 오는 202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렸다. 또 삼성전자도 구글의 '제미나이' 앱 내 광고 수익 일부를 배분 받는 조건도 계약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메타가 지난해 구글이 삼성전자 기기의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되도록 돈을 지불하는 관행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드러났다. 이후 미국 법무부는 삼성전자 기기에 대한 설치 비용 지불 관행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고 구글의 인터넷 검색 시장 불법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삼성전자에 지불하는 금액은 이번 재판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구글이 '제미나이' 외에도 지난 2020~2023년에 구글 검색, 플레이스토어, 구글 어시스턴트를 삼성전자 모바일 기기의 기본 설정으로 만들기 위해 80억 달러(약 10조9천억원)를 지급해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지난 2023년 11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구글이 인앱 결제 시스템만을 이용하도록 강제해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남용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밝혀진 것이다. 당시 연방 배심원단은 구글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정책으로 안드로이드 앱 시장에서 권력을 남용했다고 판결하며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줬다. 구글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구글은 이번 재판에서도 AI를 이용해 검색 시장의 지배력을 더욱 확대하려 한다는 법무부 주장에 대해 "소송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와 갤럭시 스마트폰에 AI 비서를 기본 탑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나서 구글의 입지는 더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양사는 퍼플렉시티를 기본 AI 어시스턴트 옵션으로 제공하거나 퍼플렉시티 안드로이드 앱을 휴대전화에 사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갤럭시 S24, S25 등 최신 스마트폰에는 구글 '제미나이'를 기본 AI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표 AI 기능인 번역, 이미지 생성, 서클투 서치 등 역시 구글과의 협력으로 탄생했다. 만약 갤럭시폰에 퍼플렉시티가 도입될 경우 사용자들은 구글 제미나이 대신 퍼플렉시티를 기본 AI 비서로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구글과의 협업 때문에 그간 소프트웨어 부분을 안드로이드에 의존하는 것이 AI 시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이번 일을 기점으로 자체 AI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지 주목하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삼성전자의 시도를 구글이 막고 있는 탓에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 발전에 한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신 스마트폰에 자체 독자 AI 모델인 '삼성 가우스'를 탑재했지만, 정작 홍보는 구글 '제미나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 지만 내세우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구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소프트웨어, AI 기술을 고도화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재판은 구글의 새로운 AI 전략과 시장 지배력이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