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의 창업심리학④] 스티브잡스의 자신감과 오만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화려한 성공 이야기와 억만장자 창업자들의 행보가 주목받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성공 이면에는 자주 간과되는 중요한 덕목이 있다. 바로 겸손함이다. "더 친절하고 덜 화려하게 행동하라. 당신의 소유물에 대해 당신만큼 감명받는 사람은 없다"라는 조언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의미가 깊다.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자아도취적이면서도 겸손한 지도자는 원대한 야망을 가졌으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권리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며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자신감과 오만 사이의 경계는 '한 끗' 차이다. 스티브 잡스는 이러한 변화의 좋은 예다.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복귀한 후 한층 겸손해진 그의 리더십이 애플의 혁신을 이끌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초창기 허름한 창고에서 "세계 디지털 혁명을 이끌겠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은 그를 비현실적이라 여겼다. 그러나 그의 비전은 현실이 됐다. 이처럼 예외적인 성공 사례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과도한 자신감과 오만은 개인과 조직을 파멸로 이끄는 씨앗이 된다.
흥미롭게도 현재 수십조원 자산을 보유한 손정의 회장은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같은 더 큰 투자자를 찾아 겸손하게 투자를 요청한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소프트뱅크 본사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만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미 엄청난 부를 쌓았지만,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얻으려는 겸손함이 오늘날 그의 성공을 이끈 원동력이라 볼 수 있다.

와디즈를 창업한 신혜성 대표는 "몇 명의 스타 플레이어보다 최적의 팀워크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와디즈의 인재상 핵심 3요소인 겸손(Humble), 갈망(Hungry), 영리함(Smart) 중에서 그는 겸손이 팀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팀 플레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동료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다. 겸손함은 회사에서 가르칠 수 없다.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겸손함은 또 고객 중심적 사고와 긴밀히 연결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우리는 고객을 집착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하며 "기술 혁신과 내부 프로세스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지가 가장 우선"이라고 말한다.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역시 "창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보다 사용자들의 문제와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타트업 CEO의 역할은 단순한 경영자를 넘어선다. 회사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이 위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소모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겸손함은 단순한 미덕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된다. 겸손한 태도는 실패와 좌절을 더 잘 받아들이고, 도움을 기꺼이 요청하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건강한 리더십을 발휘하게 한다.
애덤 그랜트 교수는 겸손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아이디어에 대한 겸손으로, 자기 생각의 단점을 인정하고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세다. 둘째는 성과에 대한 겸손으로, 실수와 실패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다. 셋째는 문화에 대한 겸손으로, 회사 문화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은 화려한 외관이나 개인적 성취가 아니라,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 겸손함은 이러한 가치와 관계를 구축하는 필수 기반이 된다. 기나긴 스타트업 여정에서 더 친절하고 덜 화려하게 행동하되, 더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 이종수 교수는...
▲학력
-서울대 산업공학 학사
-서울대 인간공학 석사
-서울대 인간공학 박사 수료
▲경력
-전/SK이노베이션 기술개발기획 팀장
-전/벤처기업 창업 및 M&A
-전/벤처캐피털 투자본부장(부사장)
-현/서울대학교 SNU공학컨설팅센터 산학협력중점교수